만성 신장질환, '한약 먹으면 신장 망가진다?' 환자들이 놓치는 진실

SCI급 국제 학술지(Acta Pharmacologica Sinica, 2025) 논문에 따르면, 한약재 '복령(Poria cocos)'의 핵심 성분(포리코익산, 파키믹산)은 만성신장병(CKD) 환자의 단백뇨 감소와 크레아티닌 수치 안정화에 도움을 주며, 임상적 경험들과 일치합니다.
안녕하세요. 이승욱 원장입니다.
저는 한방내과 전문의이자 임상한의학박사, 경희대학교 한의과대학 외래실습 책임교수로서 수원 권선구에서 진료중입니다.
사람의 콩팥 기능은 나이가 들수록 약해집니다. 60세 전후로 점차 기능이 떨어지기 시작하며, 나이를 한 살 더 먹을 때마다 사구체의 여과 기능이 1% 정도 떨어진다고 생각하시면 됩니다.
그래서 진료 중 병원에서 신장기능이 떨어졌다는 소견을 듣고 불안해하는 환자분을 만날 때마다 이런 사실을 말씀드리고 식단도 하시고 주기적으로 검사도 하시되 너무 걱정하지는 말라고 안심시켜 드립니다.
당뇨 환자나 자가면역 질환으로 고생하는 분들 혹은 검사 결과가 급속도로 나빠지는 환자분들은 다릅니다. 너무 급격한 신기능의 저하는 투석으로 이어지고 삶의 질을 크게 떨어뜨립니다. 투석하는 것도 힘든 일이지만 투석 후에도 완벽하게 교정되지 못한 전해질이나 걸러지지 못한 노폐물이 여러 증상을 일으킵니다. 투석으로 넘어가기 전에 예방하는 것이 최선입니다.
혹시 아래와 같은 상황으로 남 모를 걱정 중이지 않나요?
- 당뇨나 고혈압을 앓으면서 신장 기능 수치(크레아티닌)가 점차 악화중인가요?
- 소변에 거품이 잘 사라지지 않는 단백뇨나 손발의 부종으로 고생중인가요?
- 신장 기능을 지켜주는 생약이 있다는 사실을 모르고 계신가요?
만약 해당 사항이 있다면, 이 글이 도움이 될겁니다.
'신장이 나쁜데 한약을 먹어도 될까요?'
저희 한의원을 찾는 만성신장병(CKD) 환자분 중 상당수는 당뇨가 고혈압을 10년 이상 앓아오신 60~70대 어르신이 많습니다. 병원에서 사구체 여과율(eGFR)이 떨어지고 단백뇨가 늘었다는 진단을 받아 극심한 스트레스를 받으시면서도, '한약은 무조건 간과 신장에 독이된다.'는 잘못된 상식 떄문에 치료를 시도조차 못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하지만 이는 독성 한약재와 진단에 맞는 처방을 구분하지 못한 데서 온 오해입니다. 한약이 신장에 좋지 않다는 오해는 벨기에에서 시작됐습니다. 1990년대 초 벨기에 브뤼셀에서 면허증이 없는 비만센터에서 다이어트에 좋다고 독성이 있는 광방기를 무분별하게 유통했습니다. 부작용으로 신장이 손상되어 투석을 시작한 환자들이 발생하는 안타까운 사건이 있었습니다.
광방기는 아리스틀로크산(Aristolochic acid)이 들어 있어 독초로 구분되지 약재로는 유통되지 않는 식물입니다. 이와 달리 목방기라는 약재는 몸의 붓기를 빼는 용도로 사용되고 있습니다. 그런데 비전문가가 이를 구분 못하고 유통하면서 안타까운 사건이 발생한 것입니다.
당시 의학회지에 광방기가 한약(Traditional chinese medicine)이라는 이름으로 실리면서 '광방기 = 한약 = 신독성'이라는 이상한 결론이 생깁니다. 약사나 한의사가 아닌이상 생약에 임상적 응용에 대해 자세히 배우는 곳이 없다보니 의대나 간호대에서는 한약이 신독성이 있다는 식으로 단순화해서 외우고 넘어가는 경우도 생기더군요.
일종의 편견과 고정관념이 생긴샘인데, 한약으로 유통되는 생약은 가지수가 수백 가지가 넘고 잘 연구하고 사용하면 오히려 못 고치던 병도 고치는 등 건강상의 이점이 매우 많습니다. 오늘은 그 연구 결과 중 하나를 다루려 합니다.

떡으로도 만들어 먹던 복령의 숨은 가치
세계적인 학술지(Acta Pharmacologica Sinica, 2025)에 실린 논문입니다. 최신 분자약리학 리뷰논문으로 복령과 복령피의 구성 성분과 신장을 치료하는 기전에 대해 다루고 있습니다. 논문 제목은 'Poria cocos: traditional uses, triterpenoid components and their renoprotective pharmacology' 입니다.
이 복령은 소나무 뿌리에 자생하는 균주입니다. 쉽게 버섯이라고 생각하시면 됩니다. 예전에는 먹을게 없는 보릿고개에 흙을 파 소나무 뿌리에 기생하는 이 복령을 수확해서 떡으로 만들 때 같이 넣어 먹기도 했습니다. 영양도 높고 건강에도 좋습니다.
- 50여가지 트리테르페노이드(Triterpenoid) 성분의 신장 보호 작용
- 복령과 복령피에는 패키믹산(Pachymic acid과 포리코익산(Poricoic acids A, ZC, ZD, ZE, ZG, ZH, ZI, ZM, PZP 등)이라 불리는 50가지 이상의 고유한 성분이 들어 있습니다. 이 테르페노이드계 성분들은 신장세포가 손상될 때 발생하는 독성 반응을 차단하고, 신장의 세포들을 보호하는 핵심 약리작용을 수행합니다.
- 신장이 굳어가는 섬유화(Renal Fibrosis) 차단
- 만성 신장병이 무서운 이유는 미세 모세혈관이 많이 분포하여 면역복합체나 약물에 쉽게 망가지는 사구체가 손상 후 흉터처럼 단단히 굳어버리는 '신장 섬유화' 때문입니다. 이 섬유화는 비가역적 손상으로 신장에 되돌릴 수 없는 상처를 남깁니다.
- 복령의 핵심 성분들은 TGF-β1/Smad3 및 Wnt1/β-catenin 신호를 선택적으로 차단하여 신장에 과도하게 쌓이는 콜라겐(Collagen I)과 섬유화 단백질(Vimentin 등)의 축적을 막아 신장의 변성을 억제합니다.
- 신장 내 혈압 조절계(RAS system)이 다각적 블록 효과
- 혈압을 조절하기 위해 ACE 억제제나 ARB 계열의 혈압약을 처방하는 이유는 신장 내 레닌-안지오텐신 시스템(RAS)을 조절하기 위해서입니다. 높은 혈압은 신장의 손상을 주기에 신장이 안좋은 환자들은 혈압을 더 엄격히 관리합니다. 복령피에서 추출된 포리코익산은 천연 RAS 억제제 역할을 수행하여 단백뇨를 줄이고 사구체 내 압력을 정상화합니다.
- 항산화 회복 및 염증 차단
- 만성 신장병 환자의 신장 세포는 지속적은 산화 스트레스와 미세 염증에 노출되어 있습니다. 포리코익산 A, ZM, PZP 등의 성분은 체내 강력한 항산화 방어 시스템인 Keap1/Nrf2 경로를 활성화하고 염증 유발 신호인 NF-κB 및 COX-2, MCP-1의 발현을 강력하게 억제하여 신장 세포의 사멸을 막습니다.
- 사구체족세포(Podocyte)의 손상 복원
- 소변으로 단백질이 새어 나오는 단백뇨는 사구체의 구성 요소인 족세포(Podocyte)가 염증 반응으로 파괴되어 발생합니다. 복령의 트리테르페노이드 성분들은 족세포의 핵심 구성 단백질인 네프린(Nephrin), 포도신(Podocin), 신냅토포딘(Synaptopodin)의 발현을 정상화하여 단백뇨를 줄입니다. 특히 급성 신손상(AKI)이 만성 신장병(CKD)으로 이행되는 과정을 효과적으로 차단하여 크레아티닌 수치 안정화에 기여합니다.

세상은 복잡하고 무조건은 없다.
어려서는 공부를 할 수록 모든게 분명해지고 단순해질 줄 알았습니다. 임상 현장에 있으며 오래 공부할 수록 단순해지는 것은 원칙이고 디테일은 어렵다고 느낍니다. 한약은 자연에서 나오기 때문에 무조건 좋다고 생각하는 것도 위험하지만 요즘에는 '한약 = 신독성 혹은 한약 = 간독성' 이렇게 너무 단순화하는 경우도 많습니다.
심지어 대규모 임상연구나 코호트 관찰 등 데이터가 누적될 수록 생약이 암이나 신장, 간질환에 도움이 된다는 결과가 쌓임에도 그렇습니다. 잘못된 정보가 퍼져 치료가 간절한 환자분들이 손해를 보지 않았으면 좋겠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