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성 통증 환자의 날궂이 진료

Weather-sensitive chronic pain, Sympathetic sprouting, Chronic inflammation, Regenerative medicine, Do-chim therapy, Evidence-based practice, Peripheral pain mechanisms, Korean Medicine Doctor
비가 많이 옵니다.
장마가 시작되었나 봅니다.
여름철 시원한 비가 내려 무더위를 한번 씻어내면 기분이 좋아집니다.
햇빛이 쨍하고 하늘이 푸른 날도 좋지만, 비오는 날에만 느낄 수 있는 나름의 정취도 좋아합니다.
물론 창문을 통해 내리는 비를 보는 것은 좋지만,
비를 뚫고 어디를 가려고 하면 여간 성가신 것이 아닙니다.
그렇기 때문에 이런 날 비를 뚫고 치료를 받으러 온 환자분들에게 유독 고마운 마음이 듭니다.
한의사로서 10년 넘게 진료를 하니 비가 내리기 전 날궂이를 하는 환자분들을 매번 접합니다. 체감상 오랜 기간 관절염으로 고생한 환자분일수록 날궂이가 심합니다.
‘예전에 어르신들이 비가 오려는지 허리 아프단 얘기가 신기했는데, 이제는 내가 그래’
오늘도 비를 뚫고 방문한 어르신이 하신 말씀입니다.

이와 관련된 재미있는 연구가 있습니다.
2019년 영국 맨체스터 대학의 윌 딕슨(Will Dixon) 교수가 발표한 'Cloudy with a Chance of Pain'이라는 연구입니다. 영국 전역의 만성 통증 환자 13,207명에게 전용 스마트폰 앱을 배포합니다. 환자들의 역할은 매일 자신의 통증 점수를 입력하는 것입니다. 그리고 스마트폰의 앱은 GPS로 그 사람의 위치와 날씨를 매칭합니다.
총 15개월에 걸친 데이터 수집 후 충분한 데이터가 쌓인 2,658명의 정보를 분석해보니 날이 흐리고 비가 오면 통증이 심해지는 현상이 통계적으로 유의하게 나타났습니다.
중요한 요인은 습도와 기압이었습니다.
상대습도가 1 표준편차(약 9%p) 오를 때마다 통증 사건 확률이 약 12% 증가했습니다(OR 1.119, 95% CI 1.084–1.154). 이 효과는 기분과 활동량을 보정해도 그대로였습니다.
또 기압이 낮아질수록 통증 확률이 유의하게 증가했습니다(OR 0.958, 95% CI 0.930–0.989). 다만 효과의 크기 자체는 습도보다 작았습니다.
하지만 통증이 발생할 확률은 평균 대비 약 20% 증가하는 수준으로 그렇게 크지는 않았습니다.
만성 통증 환자가 아닌 일반 통증 환자를 포함한 연구는 다른 결과가 보입니다.
2024년 시드니 대학 Ferreira 팀이 Seminars in Arthritis and Rheumatism에 발표한 메타분석입니다. 연구팀은 11개의 케이스-크로스오버 연구(15,315명, 통증 사건 28,010건, 대조 기간 102,536건)를 묶어 분석했습니다. 이 연구는 같은 사람의 통증 유무를 전후로 비교하기 때문에 "같은 사람에게 어떤 날씨가 더 아픈가"를 깨끗하게 측정합니다.
결과적으로 습도·기압·기온·강수량 중 어떤 변수도 무릎 통증, 요통, 류마티스 관절염 발생과 유의한 연관성을 보이지 않았습니다.
사실 한의원에서 진료하며 보는 날궂이 환자는 류마티스 환자나 급성기의 젊은 환자가 아닙니다. 대부분 수년 이상 반복적인 관절통으로 고생중인 노인 환자이며 젊더라도 큰 사고 후 관절을 심하게 다친 분들이 많습니다.
사실 그럴만한 이유가 있습니다.
아래 사진은 건강한 조직과 만성 염증 조직의 차이를 보여주는 이미지입니다.

특징적으로 봐야할 부분은 교감신경의 발아입니다.
외부의 기온, 기압, 습도가 변하면 우리 몸은 환경 변화에 적응하기 위해 교감신경의 활성도가 변합니다. 그런데 만성 염증으로 고생한 관절은 정상 조직과 다르게 교감신경이 제 위치에서 벗어나 자라면서 통증을 느끼는 통각 신경과 얽힙니다.
결국 환경 변화에 따른 교감신경의 활동이 얽혀 있는 통각 신경에 영향을 미쳐 더 통증에 민감해지도록 만드는 현상이 발생합니다. 즉, 이런 증상은 모든 통증환자에게 발생하는 것이 아니라 오랜 염증으로 교감신경과 통각신경의 구조가 변형된 경우에 발생할 확률이 높아집니다.
만약 날궂이를 하고 계신다면 지금까지 통증을 파스나 진통제로만 억눌렀기 때문에 내 관절이 건강하지 않은 이상 조직으로 채워져 있다는 증거입니다.
이런 경우 단순히 통증을 억제하는 치료가 아니라 염증 조직을 정상 조직으로 새롭게 채우는 치료가 필요합니다. 한의원에서는 도침으로 유착되거나 굳어 있는 조직을 제거하고 태반 약침, PDRN 또는 한약으로 새살이 건강하게 돋을 수 있게 돕는 치료를 합니다.
나이가 들어가며 관절이 예전보다 약해지는 것은 어느정도 피할 수 없는 일이지만, 어르신이라고 모두 움직일 때마다 통증을 호소하지는 않습니다. 만약 무릎이나 허리가 외부 환경 변화와 통증에 너무 민감하다면, 만성 염증으로 인한 조직의 변성을 의심해야 합니다.
Reference.
Qin Zheng et al. Pheripheral mechanisms of chronic pain. Med. Rev. 2022; 2(3): 251-270
Willian G. Dixon et al. How the weather affects the pain of citizen scientists using a smartphone app. npj digital medicine. Published: 24 October 2019
Ferreira, M. L., et al. Come rain or shine: Is weather a risk factor for musculoskeletal pain? A systematic review with meta-analysis of case-crossover studies. Seminars in Arthritis and Rheumatism. 2024; 65: 152392.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