갑상선약이 듣지 않는 경우

이승욱
갑상선약이 듣지 않는 경우

Hyperthyroidism, Methimazole, Integrative Medicine, Traditional Korean Medicine, Clinical Trial, Adjuvant Therapy, Endocrine Disorders, RCT, Evidence-based Medicine, Physician-authored.

날이 덥습니다.
그나마 바람이 불어 찜통 더위는 피하고 있지만,
확연히 더워진 날씨를 체감합니다.

에어컨 실외기가 팽팽 돌아가기 시작하고
실내 온도와 실외 온도의 차이가 커지기 시작하면

우리 몸은 온도 변화에 적응하느라 진땀을 흘립니다.

몸이 안 좋은 분들 중에는 이때 감기에 걸리거나

소화장애를 호소하는 경우도 많습니다.

오늘 오전에도 소화불량을 호소하는 환자분이 다녀가셨습니다.
그런데 꼼꼼히 진료하던 중 갑상선 종대가 보입니다.


이런 경우에는 환자분이 갑상선이 부어있다고 인지하고 있는지

어떤 진단과 치료를 받고 있는지 확인해야 합니다.

‘항갑상선제를 4년째 먹고 있어요. 약을 4년째 꼬박꼬박 챙겨 먹는데도, 몸은 왜 자꾸 가라앉고 심장은 계속 두근거리나요?’


갑상선 환자분들을 진료하면 종종 보이는 케이스입니다.

오랜 기간 항갑상선제를 꼬박꼬박 챙겨 먹어도 피로감이나 두근거림 같은 불편한 증상이 남아있는 경우가 많습니다. 인데놀 등 증상 개선을 위해 복용하는 약이 늘어납니다.

갑상선 질환이 초기에 해결되지 못하고 오래가는 분들은 안구돌출이나 갑상선종이 동반된 상태로 내원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추가적으로 받을 수 있는 치료에 대한 정보가 부족하다 보니 막연히 같은 치료를 반복하며 불편한 채로 생활합니다.

경험적으로 이런 경우 한의학 치료를 받으면 넷에 셋 정도는 좋아집니다.


데이터도 있습니다. 2017년에 발표된 한 무작위 대조군 임상 연구에 따르면,

메티마졸(항갑상선제)을 단독으로 복용했을 때보다 한약 치료를 병행했을 때

치료의 유효율과 안전성이 통계적으로 유의하게 개선되었습니다.

총 70명의 갑상선 기능 항진증 환자를 두 그룹으로 나누어 8주간 관찰하였습니다.
메티마졸 단독 복용군의 호르몬 수치와 증상 개선은 71.4%에서만 보였을 때

한약 치료를 병행한 환자군은 94.3%가 호르몬 수치와 증상 개선을 보였습니다.

개인적으로 이 논문을 읽으며 재미있던 부분이 이 치료율입니다.

제가 봤던 갑상선 기능 항진증 환자분들은 병원에서 메티마졸을 처방받고

오래 복용해도 효과가 없었던 분들입니다.

즉, 메티마졸 단독 복용군 중 효과를 보지 못한 28.6%에 해당하는 환자들입니다.
이 연구에서도 메티마졸 단독치료로는 효과를 못봤지만, 한약의 병행치료로 효과를 본 환자가 통계적으로 네 명 중 세명 정도입니다.

제 개인적인 경험과 비슷해서 재미있었습니다.

이 연구에 따르면 한약치료는 갑상선 기능 항진증의 증상만 개선하는 것이 아닙니다.
메티마졸 단독 투여군과 비교하여 통계적으로 유의하게 항체 수치를 낮춥니다.


또 연구기간 중 양약 단독 복용군의 25.7%에서 부작용이 보고된 것에 비해

한약 치료 병행 환자에서는 8.6%만이 부작용을 호소했습니다.

즉, 한약 치료를 병행했을 때 메티마졸로 인한 간 기능 저하 등의 부작용의 발생 위험이 1/3로 감소한 것입니다.



한의학적으로 갑상선 항진증의 치료는 진행 단계에 따라 다른 약재를 투여합니다.

이를 쉽게 풀어보면 다음과 같습니다.


1. 갑상선 증상: 호르몬 변화로 인한 증상이 시작하는 단계입니다. 한의학의 기울 또는 화울에 해당하며 관련 약재를 사용합니다.


2. 면역 이상: 면역 반응의 이상으로 갑상선 조직의 크기가 변합니다. 담음에 해당하는 징후가 보이며, 불필요한 노폐물을 제거하고 붓기를 가라앉히는 처방이 들어갑니다.


3. 조직 변형: 실질적인 조직의 변형으로 덩어리가 잡히는 단계로, 뭉친 것을 부드럽게 풀어주는 치료가 필요합니다. 패모, 울금 등 경결 치료에 특화된 약재가 필요합니다.


4. 만성 소모기: 오랜 항진증으로 몸이 마르고 혈관과 면역 체계가 망가진 상태입니다. 회복을 돕기 위해 몸을 보하는 약재를 씁니다.

환자분들이 직간접적으로 한약과 관련된 임상 논문이나 데이터를 접하지 못하다 보니 치료 옵션에서 제거하는 경우가 많고, 자연스럽게 환자분들도 한약치료를 떠올리지 못합니다. 그러다 보니 오랜 투병생활로 몸이 많이 안 좋아진 후에야 한의원을 찾을 생각을 합니다.

내분비 질환은 호르몬 치료를 멈추었을 때 환자가 입는 피해가 크기에 연구도 생약에 기반한 병행치료로 치료율을 개선하는 것에 초점이 맞추어져 있습니다. 보다 안전한 치료를 위해서입니다.

확실한 것은 제 경험 상 병원 치료에 반응을 안 하는 환자의 증상이 한약 병행 치료 후 개선되는 경우가 있다는 것입니다. 아직 중소규모긴 하지만 무작위 대조군 임상 연구로도 반복 확인되고 있는 내용이기도 합니다.

Reference:
LOU Wenfeng, JIANG Runwei, LIU Qun, ZHOU Xun, DING Zhiguo, "Efficacy of traditional Chinese medicine formulas based on liver regulation theory combined with anti-thyroid drugs for hyperthyroidism", New Medicine, 2025
Di Gan, Tian-shu Gao, Li Ma, Hao Lu, Hong Dai, et al., "Clinical efficacy of Chinese herbal medicine formula for Graves’ hyperthyroidism: A multicentre, randomized, double-blind, placebo-controlled clinical trial", Journal of Ethnopharmacology, 2025